운정 이야기 · 맛집 2026. 10. 07.
파주 만리어소 — 숯불 위에 차려지는 어부의 저녁
에디터 메모
- 장어를 굽는 집이라는 이름 그대로, 숯과 장어가 좋다. 구이는 손질과 초벌을 마쳐 나온다.
- 히츠마부시는 한 그릇을 세 번에 나눠 먹는다. 마지막에 붓는 녹차가 오래 남는다.
- 테이블이 넓어 가족모임이나 손님을 모시는 자리에도 편하다.

임진강 어귀의 저녁

입구부터 어둡다. 돌을 닮은 거친 벽과 어스름한 통로를 지나야 식당에 닿는다. 만리어소가 공간으로 그려 놓은 장면은 '어부의 저녁'이다. 검은 주상절리를 지나 임진강 어귀에 이르면, 어부가 한 끼를 내어 준다는 이야기. 장어라는 재료를 접시 밖, 들어서는 걸음에까지 이어 놓았다.
이름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장어를 가리키는 '만리어'에 불에 굽는다는 '소'를 붙였다. 낯선 이름을 풀고 나면 남는 뜻은 단순하다. 장어를 굽는 집. 유희영 셰프가 개발한 장어 요리를 낸다는 배경도 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남은 것은 그런 설명이 아니었다. 싱싱한 장어, 좋은 숯, 편하게 차려지는 상, 넉넉한 테이블. 그리고 생각보다 가벼웠던 계산.
숯불 위의 한 판

장어구이 — 4.9
장어는 손질과 초벌을 마치고 한입 크기로 잘려 나온다. 커다란 장어를 불판 위에서 붙들고 자를 일이 없으니, 식탁에서는 원하는 만큼만 더 구우면 된다. 숯은 상태가 좋고 화력도 흡족하다. 살은 탱글하게 씹힌다.
먹는 길은 여러 갈래다. 소금에 찍어 장어 맛을 먼저 보고, 다음엔 양념을 얹거나 쌈을 싼다. 반찬이 모자라면 셀프바에서 덜어 오면 그만이다. 장어의 품질과 불의 힘, 손이 덜 가는 준비가 한 판 위에서 맞물린다. 이날 가장 좋았던 접시다.

1kg을 주문하면 손질을 거쳐 약 600g, 이날은 두 마리쯤이 올라왔다. 장어값은 방문 당시 3만 원이 채 되지 않았으니, 양과 품질에 비하면 반가운 숫자다. 다만 구이에는 인당 4,000원의 상차림비가 따로 붙는다. 장어값과 한 끼 전체 비용은 나눠서 셈하는 편이 맞다.
세 번 바뀌는 한 그릇

장어덮밥(히츠마부시) — 4.8
만리어소의 장어덮밥은 히츠마부시다. 간장소스를 입힌 장어를 밥과 먹다가, 곁들임을 얹고, 끝에는 차를 붓는다. 같은 장어인데 먹는 순서부터 구이와는 전혀 다른 요리가 된다.
순서를 지키는 편이 좋다. 처음 몇 숟가락은 장어 맛 그대로. 다음엔 밥을 조금 덜어 토핑을 올리고, 마지막에 녹차를 부어 차밥처럼 먹는다. 한꺼번에 섞으면 그 차이가 흐려진다. 마음에 남은 것은 마지막 단계다. 녹차가 스미면 장어와 밥이 담백하게 풀어져, 방금 먹던 덮밥과 또 다른 맛이 된다.
맛은 히츠마부시 전문점에 견줄 만하고 양도 넉넉하다. 비슷한 만족을 주는 전문점과 비교하면 가격 부담이 30% 넘게 가볍게 느껴졌다. 구이 뒤의 마무리로만 두기엔 아깝다. 이 한 그릇을 먹으러 와도 충분하다.
장어탕 — 4.7

추어탕을 닮은 국물에 매콤함이 얹히고, 매운탕의 기색이 살짝 스친다. 구이 사이사이 떠먹기 좋은 따뜻한 국물인데, 장어살도 제법 들어 있어 밥 한 공기와 함께 식사로 이어 가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넓은 테이블의 여유

어두운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넓다. 테이블 사이가 여유롭고 테이블 자체도 크다. 불판에 장어를 올리고 쌈 채소와 반찬을 펼쳐 놓아도 비좁지 않다. 구이에 곁들임이 여럿 따라붙는 식사에서 이 넓이는 그대로 편안함이 된다.
그래서 모임 자리에 잘 맞는다. 가족모임이든 회식이든, 손님을 모시는 저녁이든. 공간에는 개성이 있는데 앉아 먹기에는 편하다. 반찬을 마음껏 덜어 오는 셀프바도 그 편안함을 거들고, 유아의자도 갖춰져 있다.
건물 앞과 뒤에 주차장이 있고, 뒤편에 세우면 엘리베이터로 식당 층까지 바로 오른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묶어, 쇼핑 앞뒤로 한 끼를 넣는 동선도 자연스럽다.
장어가 생각나는 날
여럿이 둘러앉아 장어를 넉넉히 먹고 싶다면 구이가 먼저다. 구이 사이에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면 장어탕을 더하되, 배가 차는 정도를 보며 나중에 시켜도 늦지 않다. 각자 한 그릇으로 끝내고 싶거나, 굽는 수고 없이 장어를 먹고 싶은 날에는 히츠마부시. 먹고 싶은 장어의 양에 따라 한 마리와 한 마리 반 가운데 고르면 된다.
장어 생각이 날 때 멀리 갈 것 없이 이 집을 떠올리면 되겠다. 가격과 품질, 공간 어느 쪽에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던 저녁이었다.
총평 4.8 / 5.0 — 가격과 품질, 공간까지 고르게 채운 장어 전문점.
| 메뉴 | 방문 당시 가격 |
|---|---|
| 장어구이 1kg (손질 후 약 600g) | 3만 원이 채 되지 않음 · 상차림비 인당 4,000원 별도 |
| 장어덮밥(히츠마부시) 한 마리 | 27,000원 |
| 특장어덮밥 한 마리 반 | 37,000원 |
- 상호
- 만리어소
- 주소
- 경기 파주시 소라지로 13 1층
- 영업시간
- 11:00~21:00
- 브레이크타임
- 평일 15:00~16:30
- 라스트오더
- 20:30
- 전화
- 0507-1487-3348
- 주차
- 매장 주차장 이용 가능
- 이용
- 예약·포장 가능, 유아의자 구비
운영시간과 메뉴 가격은 바뀔 수 있다. 위의 가격은 방문 당시 기준이다.


